‘비읍’이라 읽는다. 국어의 자음 가운데 목젖으로 콧길을 막고 위·아랫입술로 입을 다물었다가 떼면서 날숨을 내뿜어 내는 무성무기양순파열음(無聲無氣兩脣破裂音)을 표기하는 데 쓰인다.
훈민정음 창제 때는 같은 순음(脣音)에 속하는 ‘ㅂ·ㅍ·ㅁ’ 가운데서 ‘ㅁ’이 나타내는 음이 가장 약하다[不厲]고 하여 ㅁ자를 순음자의 기본글자로 삼고, 이보다 소리가 세게[厲] 난다고 하여 ㅁ자에 획을 더하여 ㅂ자를 만들었다.
『훈민정음』(해례본)에서는 “ㅂ은 입술소리니 별(彆)자의 처음 나는 소리와 같다 (ㅂ脣音如彆字初發聲). ”라고 설명하고, 『훈민정음』(국역본)에서는 “ㅂᄂᆞᆫ 입시울쏘리니 彆○字ᄍᆞᆼ처ᅀᅥᆷ 펴아나ᄂᆞᆫ 소리ᄀᆞᄐᆞ니.”라고 하여 ‘彆’자의 한자음을 가지고 ‘ㅂ’자의 음가를 설명하였다.
『훈민정음』(해례본)의 제자해에서는 ‘ㅂ’음을 순음의 전청(全淸)에 소속시켜 ‘ㅂ’음의 음가가 무성무기양순파열음임을 보였다.
이 글자의 이름은 한글 자모의 이름을 처음으로 보인 『훈몽자회』 범례의 ‘초성종성통용팔자(初聲終聲通用八字)’란에 ‘ㅂ 非邑’이라고 나온 이후 조선어학회의 「한글맞춤법통일안」에서 ‘비읍’으로 정하여 오늘날까지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.
자모의 순서는 훈민정음 창제 때 아·설·순·치·후음과 같이 조음위치별로 하여 ‘ㄱ’자로부터 아홉번째였으나, 『훈몽자회』 범례의 ‘초성종성통용팔자’에서 ㄱ ㄴ ㄷ ㄹ ㅁ ㅂ ㅅ ㆁ과 같이 여섯번째가 된 이후 오늘날까지 그대로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.
‘ㅂ’자는 국어에서 초성과 종성의 표기에 쓰이었을 뿐만 아니라, 훈민정음 창제 직후의 문헌에서는 사잇소리로도 쓰이어, 아랫말의 첫소리가 무성음이고 윗말의 발음이 ‘ㅁ’인 경우에 그 사이에 ‘ㅂ’음이 들어갔다.
‘侵침ㅂ字ᄍᆞᆼ’, ‘ 覃땀 ㅂ字ᄍᆞᆼ’(이상 훈민정음 국역본), ‘사○ᄠᅳ디’’(용비어천가 15장)와 같으며, 이 음이 종성으로 쓰일 경우에는 다물었던 입술이 열리지 않고 내파음상태로 끝나고 마는 것도 국어의 특징 가운데 하나이다.